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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감상일지/MOVIE

4월30일 : 《썬더볼츠*》를 보았다

김사유 2025. 5. 15. 22:58

영화를 보고 나면 포스터에 왜 있는지 의문인 캐릭터가 한 명 있다.

250430.

최근 마블의 성적을 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히어로 영화에 대해 얼마나 피곤함을 느끼고 있는지 가늠하게 된다. 특히 '인피니티 사가'라는 거대한 장을 끝으로 마블 영화는 급격하게 외면 받고 있는 중인데, 영화의 흥행 부진에는 히어로 장르에 대한 관객의 피로도만큼이나 부실하고 안일한 작품의 완성도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 많다.

 

그런 중 이번에 개봉한 《썬더볼츠*》는 앞서 나온 《더 마블스》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와 비교하면 훨씬 괜찮은 작품성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관객들로부터 계속 외면받고 있다. 개봉일로부터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관객수가 100만을 넘지 못했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안타까워 감상일기를 적어본다.

 

《썬더볼츠*》에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은 이전 마블 영화에서 악당이었거나 히어로를 돕는 조연으로 선한 역할의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CIA에서 진행한 비밀 프로젝트에 휘말리면서 별 수 없이 동행을 하게 되는데, 결국 거대한 위험으로부터 뉴욕을 구해낸다는 스토리가 이 영화의 골자다. 예전에 개봉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지구로 끌어드린 듯한 느낌이랄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주인공들이 이전 영화에서 악당(혹은 조연)이었다는 점에서 그들만의 특별한 아이덴티티가 생긴다. 그들은 자신을 세상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채 어두운 일(암살자, 해결사, 누군가는 리무진 기사)을 하며 먹고 사는데, 그러한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각자 우울과 무기력에 잠겨 있다. 어떻게 보면 《썬더볼츠*》는 '액션 히어로' 영화라기 보다 '심리 드라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빛과 어둠은 선악을 보여주는 시각적 요소이지만, 이 영화의 빛과 어둠은 개인의 서사를 설명하는 요소다.

 

내가 느꼈던 이 영화의 묘미는 개개인의 어둠을 어떻게 슈퍼 히어로 영화의 방식으로 연결하는가 하는 점이다. 저마다의 우울과 불안이 캐릭터를 어떻게 빌드업하는지, 한 사람의 절망이 그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어둠으로 물들이는지, 한 팀이 된 그들이 어떻게 그 위기를 타개하는지 그 일련의 스토리텔링과 미장센이 볼만하다. 그간의 (망해버린) 마블 영화와 다르게 직설적이지 않고 은유적인 문학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나는 오히려 매력을 느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썬더볼츠*》라는 제목에 붙은 애스터리스크(*)다. 애스터리스크는 해당 문장에 대한 부가적 정보, 인용 등을 표시하는 기호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는 썬더볼츠라는 이름 안에 숨겨진 부가 정보가 있다는 것인데, (스포) 그것이 '새로운 어벤저스의 탄생'이었다는 점에서 너무 무리한 궁여지책이지 않았나 싶다.

 

새롭게 시작한 마블의 두 번째 판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지만 그간 헛발을 힘차게 휘두른 탓에 《썬더볼츠*》가 피해를 보는 것 같다. 이번 영화 생각보단 잘 뽑혔으니 한 번 보시는 걸 추천드린다. 《캡틴 아메리카 4》가 160만을 넘겼는데, 이 작품이 그보다 못하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