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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 :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를 보았다...2

김사유 2025. 5. 23. 22:44

『폭싹 속았수다』는 '오애순(아이유/문소리 배우)'과 '양관식(박보검/박해준 배우)'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지만, 두 주인공에게 공평한 시선을 두진 않는다. 아무래도 서사가 깊은 애순에게 보다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고 봐야할 텐데, 특히 배우의 쓰임만 봐도 그렇다. 
 
이 드라마는 나이에 따라 다른 배우들이 주인공을 연기했지만, 특별하게도 '아이유'는 젊은 애순과 그 딸인 금명을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단순히 모녀관계라서 두 사람이 닮았다는 설정으로 1인 2역을 결정한 건 분명 아닐 테다. 극 구성에 있어 1인 2역의 시스템을 선택했다는 건 결국 '비교'를 하기 위함에 있다. 같은 배우가 연기한 다른 캐릭터가 스토리 안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대체로 1인 2역의 캐릭터들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 두 캐릭터가 서로 닮아가거나 혹은 반대되는 방향으로 말이다. 『폭싹 속았수다』의 경우엔 아무래도 전자로 봐야 할 텐데, 이전 글(https://hobby-mosaic.tistory.com/9)에서도 말했지만 이 드라마는 애순의 어머니 '광례'로부터 시작한 사랑이 애순을 거쳐 금명에게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 울어요"라고 말하는 순간에는 화면 앵글마저도 똑같다.

 
졸업을 앞둔 애순에게 작은 아버지는 공장에 취직하라 말한다. 더불어 월급 절반을 본가에 따박따박 보내어 종손의 빚까지도 갚아달라 한다. 이때 애순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 계속 이렇게 등신 같이 살면 울 엄마 울어요"라고 대꾸한다. 자신을 어렵게 키워준 어머니를 생각하면 차마 못나게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지는 대를 이어 금명에게로 이어진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모까지도 싸잡아 무시하는 예비 시어머니 앞에서 금명은 파혼을 선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짝이었던 영범에게 "이런 결혼을 어떻게 해. 우리 엄마 아빠 울어"라고 말한다. 이 의지야말로 광례가 남긴 유산이다.


사랑 받아야 할 존재가 마땅히 사랑을 받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것. 이 역할을 수행하는 애순과 금명은 의미상 같은 존재다. 때문에 금명을 이해할 만한 전사前史가 딱히 없더라도 관객은 이 캐릭터를 무난하게 받아들인다. 애순의 연장선으로 금명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아이유가 모녀 캐릭터를 함께 연기한 이유도 분명 여기에 있겠다.


 
폭싹 속았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