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의 감상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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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크리스마스의 BGM : 《Merry Christmas》, 머라이어 캐리

김사유 2024. 12. 25. 22:39

믿기 어렵겠지만 나름 크리스마스라고 꾸며본 것.

241225. 

취미 부자인 제가 올해 취미를 또 하나 늘렸습니다. 바로 LP 듣기인데요. 갑자기 생긴 관심은 아니고, 사실 재작년부터 재즈 모임을 다니면서 바이닐의 세계에 기웃거리던 차였습니다. 그러다 올여름 큰맘 먹고 턴테이블을 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되었는데요. 재즈 모임을 통해 들었던 음반 중에서 '아, 이건 정말 좋다'라고 생각한 앨범만 골라 구입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살 수는 없거든요. LP가 좀 비싸야 말이죠.
 

솔직히 이 앨범의 자켓 디자인은 (그리고 퀄리티도) 진짜 별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요. 그래서 분위기에 맞게 머라이어 캐리 Mariah Carey의 《Merry Christmas》 를 턴테이블에 올렸습니다(거의 온종일 들었어요!!). 사실 이것은 제가 직접 구입한 앨범이 아닌데요. 최근 지인에게 LP 듣는 취미가 생겼다고 우연한 고백(?)을 하게 되었는데, 연말 선물이라며 머라이어 캐리의 캐럴 음반을 건네줬어요. 아무래도 12월이라 캐럴로 준비했나 봐요. 감사한 일이죠.

제가 받은《Merry Christmas》는 2015년 Sony에서 재발매 한 Deluxe Anniversary Edition 음반입니다. 재발매하면서 RED VINYL로 찍어냈는데, 붉은색이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와도 제법 잘 어울리죠.

이 앨범을 틀어 놓으면 어쩐지 할렘 어딘가 흑인들의 교회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머라이어 캐리가 알앤비 스타일의 팝 가수이기도 하고, 캐럴이 전통적으로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가스펠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앨범을 듣고 있으면 어딘가 성스러운(?) 분위기가 흐릅니다.

하지만 이 앨범의 최고 히트곡으로 꼽는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무척이나 현대적인 시즌송이죠. 기독교적이라기보다는 세속적인 팝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도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노래가 시즌송으로서 얼마나 대단하냐면 올해 12월에도 빌보드 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어요. 무려 1994년에 나온 노래인데도 말이에요.
 

색이 들어간 바이닐을 그리 좋아하진 않지만, 이 앨범만큼은 잘 어울린다.

 
재밌는 건 이 음반을 기획할 당시 머라이어 캐리는 캐럴을 부르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캐럴은 한물간 가수들이 돈 벌기 위해 부르는 음악이라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이전 해에 그녀는 《Music Box》라는 앨범으로 대중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캐럴 같은 걸 부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대요.
 
어쩔 수 없이 작업은 시작했지만 캐럴에 대한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고, 장난감 키보드만 애꿎게 뚱땅거리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고 하죠. 그 뒤로 3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대표곡이 되었어요.
 
정말이지 사람 일은 알 수가 없죠? ㅎㅎ